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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19:05 2009/02/11 19:05
이영도의 『그림자 자국』간단한 감상
편의상 존칭을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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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



  하이텔에서 이영도 작가(이하 작가)가 드래곤 라자를 연재할 때부터 놓치지 않고 읽어왔던 나에게 작년 11월의 "그림자 자국" 단편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이영도 작가는 드래곤 라자의 대성공 이후 후속 작품의 분위기 유지를 위한 매너리즘이나 만화책 보듯이 보는 흥미위주의 독자층으로 빠진 여러 다른 판타지 소설 아마추어 작가들과는 달리 다소 흥미욕구는 감소하였지만 자신이 나타내고자 했던 주제를 좀 더 진지화시켜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등을 집필하고, 이어 자신만의 독특한 발상과 소재의 합성으로 인해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이 잘 어우러진 "눈물을 마시는 새" , "피를 마시는 새" 등을 연달아 창작하였다. 나는 그 모든 소설을 천천히 읽어 오면서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 말고도 이영도란 이름을 가장 각인시켰을 그의 초기작 "드래곤 라자" 의 시대를 이은 단편 소설이 나왔다. "그림자 자국" 이 바로 그것이다.


  가격은 12,000원. 근 타 작품의 가격이라던지, 양장임을 감안하면 비싸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다. 무엇보다 드래곤 라자의 시대로부터 천 년이 지난 이야기라는 것. 팬이라면 분명히 놓칠 수 없는 작품일 것이다.

  나에게 문학적인 장르로서의 작품 평가, 또는 만화책(같은) 소설과, 재미 없는 문학, 머리아픈 소설. 어느 것이 더 좋은 작품이냐를 두고 토론을 하라면 그에 걸맞는 소양이 부족한 나로서는 별로 말하고 싶은 것이 없다. 하지만 같은 책이라도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이 뇌리에 기억되는 "비중적 요소" 로 본다면 당연히 나는 만화책같은 소설보다 이영도 작가의 소설을 선택할 것이다. 꼭 나에게 필요한 도서는 "산다" 라는 개념을 가진 나로서는 꽤나 어릴 적부터의 편견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대여점용 "만화책 소설" - 생각없이 읽는 흥미.본능위주 소설 - 은 일단 거부감부터 일으키고 보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역시 대책없이 어려운 소설 또한 좋아할 리도 없다. (^^;) 개인적으로 판별력을 만들어낸 - 저질 ~ 고급 사이 - 수많은 소설 읽기의 안에서 이영도의 "새" 시리즈는 나의 감성에 딱 들이맞는 기준요소가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영도의 소설들은 분명히 "드래곤 라자"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매료되었던 요소인 "적절한 개그", "적절한 흥미욕구" 를 많이 잃어버린 건 사실이다. 사실 "일인칭 주인공 시점" 과 "전지적 작가(또는 3인칭)" 시점에서의 묘사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며, 드래곤 라자는 바이서스라는 좁은 무대와 좁은 인물들을 소재로 했던 것이고, 이후의 소설들은 스케일이 커지면서, 작가의 수수께끼같은 복선과, 재치있는 - 나쁘게 말하면 이해력이 좀 필요한 - 소재 등으로 인해, 대중이 "대충" 보는 소설과는 거리가 크게 멀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드래곤 라자는 판타지적 요소를 갖춘 가운데 일어나는 "라자와 드래곤의 사이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좁은 인물들 간의 행동과 선택" 이 묘사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의 후속 단편이 드디어 나왔다.

  애석하게도 작가의 소설들은 드래곤 라자 이후 일인칭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림자 자국 또한 그러하며, 한 권이라는 단편 안에 꽤나 많은 이야기를 싣고 있어서, 한 번 읽는 것으로는 이해를 완벽하게 하기 어려웠다. 천 년이 지난 후의 여전히 우리에게 친근했던 엘프. 이루릴 세레니얼이라던지, 드래곤 레이디.  그리고 길시언의 프림 블레이드 등은 친근했던 소재로서, 작품을 보다 가깝게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일어나는 사건과 배경은 나를 놀랍게 했다.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바이서스 왕가와 총과 폭탄에 무너지는 드래곤 ( 드래곤 라자에서의 강력했던 용들이 이렇게 되다니! ) 들. 그리고 천 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걸맞는 "변화" 를 묘사하는 이 작품을 나는 충분히 좋게 평가하고 싶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변화하는 세월의 앞에 "왕족 - 바이서스 - 의 혈통 단절" 이라던지, 어느 한 쪽의 승리로 인한 다른 쪽의 파멸이라던지, 그러한 것을 묘사하고 싶었던 작품은 아니다. 예언자의 예언대로 바이서스가는 멸망하였으며, 또 예언은 빗나가서 드래곤의 자식은 끝내 부화하지 못하고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만다. 하지만 미친 드래곤 앞에 바이서스라는 나라가 멸망한 것도 아니며, 서로에게 윈-윈 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단절되었던 드래곤과 인간이 다시 "라자" 의 탄생으로 인해 접점이 이어지게 되었으며,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바이서스는 그대로 바이서스요. 드래곤의 관점에서 보면 드래곤의 자식이 바이서스를 멸망시킨 것이니, 이 어찌 사라진 예언가의 예언이 얼마나 정확했음을 보여주는 것인가.

  핸드레이크나 솔로쳐에 버금가게 될 - 혹은 이상이 될 - 아프나이델 또한 드래곤 라자에서의 그의 행적을 다시한번 떠올리며,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아무래도 과거의 이야기로만 전승되는 것보다, 눈앞에서 진행형으로 전승되고 있는 실제의 증거물을 좀 더 확신하고 찬양하기 마련이다. 사실 책의 제목과 같이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아프나이델이 만든 "그것" 이 있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이 견습마법사 녀석이 천년후에는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니!"
 
  천년이란 세월 앞에서 모든 종족의 균형이랄까 .. 중도랄까.. 중재를 이루어온 이루릴이야말로 사실 가장 큰 라자일 것이다. 드래곤-인간만이 아닌 "전 종족의 라자" 가 될 그녀의 이번 작에서의 위치는 매우 높다. 그래서 사실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강자, 조정자, 역할자로만의 모습에 좀 슬픈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작품은 드래곤 라자를 계승하고 있긴 하지만 드래곤 라자의 소재들만 등장했을 뿐, 예전의 라자를 볼 떄의 감각은 전혀 살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 단편은 이영도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 당연히 드래곤 라자는 읽었으리라 본다 - 누구나 한 번쯤 보아야 할 소설이다. 그리고 나처럼 사실 "다소의 실망" 감에 가까운 느낌을 표현할 수도 있고, 과거의 유산, 흥미에 이끌리지 않는 발전형으로서의 단계를 환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단수가 아니기에 양 쪽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웃음). 그리고 그것은 이 작품 안에서의 드래곤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영도 작가의 작품들을 대충만 훑어봐도 느껴질 부분이겠지만, 양립할 수 없는 인간끼리의, 또는 타 종족간의 화합이라는 불가능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종족의 이해관계로 이해받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가능했다. 왜냐면 그들 또한 더 이상 이제는 단수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인간과 드래곤은 그들의 가장 합리성에 가까운 방식으로 서로의 윈윈 전략을 체결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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